[2026 연구발표회1] 가족 내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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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6-02-07 14:02 조회 1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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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건강연구소는 129일 저녁 730분부터 줌을 통해서 2026년에 진행한 연구 중 하나를 첫 출발로 1차 발표회를 가졌다. 오로라 박사님이 가족 내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해 주셨으며, 특히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을 짚어 주셨습니다. 이 연구는 사회건강연구소가 연구비의 일부를 지원하여 시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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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배경 및 필요성

  기혼 남녀의 가사노동시간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가사노동 시간의 젠더 격차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측정이 사회적 재생산 노동 부담의 젠더 격차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기존 가사와 돌봄 노동 연구는 주로 신체적 노동에 초점을 맞춰 와, 인지·감정 노동은 비가시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여성의 신체적 노동시간이 감소하더라도 정신적 노동 부담은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정신적 소모는 불안, 우울증, 신체적 건강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재생산 노동의 정신적 차원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노동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더욱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건강 영향 연구가 필요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재생산 노동 중에서 무급 가사 및 돌봄 노동의 정신적 차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여기서 인지노동은 가족 구성원의 필요 충족 및 가족 구성원들이 타인에게 지는 의무 이행을 보장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일련의 정신적 과정을 말합니다. 인지노동은 신체적 가사노동보다 젠더 격차가 더 두드러지는데, 여성이 남성 대비 기획 노동은 약 4, 실행노동은 2배 많은 시간을 수행합니다. 감정노동의 유형에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겉으로 그와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표면행위와 요구되는 감정을 실제로 느끼려고 노력하는 내면행위가 있습니다.

 

  인지·감정 노동은 건강에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인지 부하 이론에 따르면, 인지적으로 까다로운 작업 부담이 주로 어머니에게 집중되므로 어머니의 스트레스 수준과 우울증 위험이 증가합니다. 또한, 감정 부조화와 소진이 신체적 피로와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자녀의 정서 및 행동 관리에 대한 책임을 크게 인지하는 어머니들에서 역할 과부하와 공허함이 더 크게 경험됩니다.

 

  가사 및 돌봄 노동이 정신적 차원(인지·감정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함으로써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인지·감정 노동이 건강을 제약하는 경로에서의 젠더 불평등이 나타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야 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미취학 아동을 양육하는 30~40대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이 젠더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수행되며, 그러한 노동 경험이 젠더에 따라 어떤 경로를 통해 개인의 건강(건강행동, 불안,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자료 수집을 위해 질적 연구 방법 중 심층면담과 집중적 가족 관찰을 택했습니다. 먼저, 심층면담은 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 30~40대 기혼 남녀 41명을 대상으로 하여, 반구조화 개별 심층면담 방식으로 1~2시간 동안 참여자가 선호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집중적 가족 관찰은 면담 참여 가구 중 2가구를 대상으로 하여 가사/육아가 이루어지는 주요 시간대에 연속 3~4일 집중방문하여 참여자의 집을 포함한 활동 반경에서 평균 4시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수집한 자료는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적용하여 분석하였습니다. 전사/관찰일지를 작성하고, 코딩하여 범주화한 후 주제를 도출했으며, 이때 분석 도구로는 MAXQDA 소프트웨어를 활용했습니다.

 

건강행동, 불안, 스트레스

  건강행동에는 수면과 운동, 의료이용이 있습니다. 먼저 수면의 경우, 여성은 야간 인지노동과 파편화된 수면이 나타납니다. 자녀 돌봄의 필요 앞에서 개인 수면의 필요는 후순위가 되며, 상시 대기 상태로 인해 수면이 파편화됩니다. 또한, 압축적 노동에 의한 체력 소진으로 신체적 한계에 도달해 수면에 진입하는 잠들어버림현상도 보입니다. 수면이 건강의 온전한 회복이 아닌 내일의 돌봄을 위한 준비기능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 여성의 수면은 돌봄 역할 유지 수단이 됩니다. 남성의 경우 가장의 유급 생산노동을 우선하여 야간돌봄이 면책되어 수면권이 보호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또한, 장시간 유급노동 리듬에 종속된 수면 패턴도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수면은 유급노동 시장의 요구가 우선인 젠더화된 시간 배치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연구대상 가구의 여성 다수가 파트타임인 경우가 많아 남성들의 노동활동이 더 우선되어 나타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운동의 경우, 여성은 돌봄 규범을 내면화하여 개인 시간 활용에 대한 내적 검열이 운동의 단념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돌봄 노동으로 인한 신체 손상과 재활의 필요를 느끼며, 운동은 돌봄 지속을 위한 도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남성의 경우, 운동은 갈등과 협상 대상으로 여겨집니다. 운동을 아내의 동의나 허락이 필요한 활동으로 인식하여 눈치를 보거나, 아내의 개인 시간을 자신의 운동 시간과 맞교환하는 협상도 시도합니다. 아내가 스스로에게 개인 시간을 허용할 때 남성도 눈치 보지 않고 운동할 여지가 생기는 현상은 젠더 평등한 돌봄 분담의 필요를 시사합니다.

 

  의료이용의 경우, 여성은 운동과 비슷하게 돌봄규범의 내면화로 인한 의료이용의 제약을 받습니다. 아이를 동반하고 진료를 보기 어렵고, ‘총괄 관리자로서 돌봄 역할을 위임하기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돌봄 노동으로 인한 신체 손상과 재활의 필요를 느끼며, 돌봄 지속을 위한 선제적 건강관리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남성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의해 의료이용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증상 유무보다 자신의 통제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의료이용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강인한 아버지상을 지키기 위해 아이에게 아픈 모습을 보이기 꺼려하기도 합니다.

 

  불안의 경우 여성과 남성 모두 공통적으로 계급 재생산 전략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자녀 교육 계획, 내집마련 계획 등 계급 재생산 전략에 관한 인지 노동이 걱정, 초조함, 두려움과 같은 감정들과 결합하여 불안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때 여성의 경우, 어머니와 노동자 두 축으로 분열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경쟁적 자녀교육 문화 속에 전업 어머니정체성이 요구되는 한편,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여성이 가족 안에서도 존재론적 안전의 위협을 느끼는 현실에서 이러한 내적 갈등의 양상이 더 극명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성은 가장에 기대되는 가계 재정 책임의 역할과 개인적 성취가 합치되어 불안이 수렴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스트레스의 경우, 여성은 인지·감정 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고하게 유지되는 책임 구조의 불평등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가사와 돌봄을 남성이 얼마나 많이 수행하는지와 무관하게 남성에게 분담된 노동을 관리하는 것은 여성의 몫인데, 결과적으로 분담된/외주화된 노동에 대한 인지노동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평등 노동에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며, 불평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남성은 가사와 돌봄을 면제 받는 특권 위치에 대해 인식하여 발화를 검열합니다. 가사와 돌봄을 도와주는 일로 인식하여 감사를 기대하지만 그러한 인정 욕구와 현실의 괴리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또한, 여성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갈등이 남성에게 전이되는 모습도 보입니다.

 

  종합하자면, 건강행동에 있어 여성에게는 주된 책임자로서 돌봄규범이 건강행동을 억제하는 동시에 건강을 유지 지속해낼 필요 또한 개인에게 전가하는 돌봄규범의 이중적 기제가 드러납니다. 남성은 보조적 역할로서 주 돌봄자로부터 간접적 영향을 받습니다. 돌봄 제공자의 건강을 소진시키면서 돌봄의 지속 또한 개인에게 전가하는 모순적 책임 구조는 사회적 재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합니다. 불안의 경우 여성에게는 돌봄 제공자와 유급 노동자의 역할에서 비롯되는 이원적이며 상충적인 불안 구조가 나타납니다. 남성에게는 일원적이며 수렴적 불안 구조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구조는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 제고 및 경제적 보상(육아휴직 소득대체율 현실화, 돌봄 소득 도입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불안 구조 자체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던집니다. 스트레스의 경우, 여성은 불평등한 사회적 재생산 노동 분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이를 시정하려는 평등 노동의 부담이라는 이중 스트레스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남성은 보조적 역할을 하며 주 돌봄자인 여성으로부터 간접적 영향을 받습니다. , 불평등한 분담 구조 해소 노력이 개인화됨에 따라 평등 노동이 돌봄의 주 책임자에게 집중되는 역설적 구조로 인해 불평등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재생산 노동 분담 불평등이 사회적·공동 과제임을 드러냅니다.

 

결론

  사회적 재생산의 인지·감정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젠더화된 사회적 재생산 책임 구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여성에게 편중된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책임 구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직접적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불평등한 책임구조를 재편함으로써 보다 근본적 전환을 해야 합니다. 집안일 카드를 활용하거나 파트너 간 선호 차이를 고려한 합리적 분담 등 개별 가구 차원에서의 가능성이 제안된 바 있으나, 해결책이 개인화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를 제안하고 지속해 낼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될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삶의 양식을 돌봄 제공자를 전제로 하여 설계하는 사회체계 수준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발표가 끝난 후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이 있었습니다. 인지노동의 정의, 각 건강영역에서 나타나는 여성과 남성의 다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본 연구는 재생산 노동의 숨겨진 노동 측면을 드러내고 건강과 연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입니다. 개념이나 해석에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성장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