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연구발표회2] 건설업 여성 노동자의 노동과 건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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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6-03-01 21:19 조회 13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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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설 현장, 위험한 여성 노동자들
“안전벨트 몸에 안맞아”, “눈치 보이는 화장실”
'건설산업 여성 노동자 사진공모전' 출품작 ⓒ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건설 현장의 '남성 표준' 벽은 여전히 높다. 2024년 기준 건설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는 25만9천명이다. 전체의 12.5% 규모다. 특히 현장 기능직 여성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은 다수가 여성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임금 조건에서 일하며 직업적 보람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 시스템은 이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사회건강연구소(소장 류지아)는 지난 26일 '건설업 여성 노동자의 노동과 건강'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류지아 소장과 김영정 연구위원이 발표하고, 김향수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이번 연구(류지아·김영정·정진주)는 여성 노동자를 단순한 '피해자'로 낙인찍는 방식을 경계했다. 이들이 느끼는 직업적 자부심과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동시에 짚었다. 본지는 보고서 속 인용문과 발표회 참가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실태를 기록한다.
"우리가 만들었어" 편견을 실력으로 깨는 베테랑들
여성 노동자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주체적인 직업의식을 다지고 있었다. 특히 형틀 목수나 철근공 등 숙련기술직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컸다.
6년 차 형틀 목수 미정(가명)씨는 사례 조사에서 "이 일에 만족하고 적성에도 맞다"고 밝혔다. 그는 "급여 차이가 크긴 하지만, 내가 직접 해봤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무엇보다 크다"고 전했다.
이어 "거푸집(폼)을 세우고 나무판자를 올려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해체했을 때 형체가 나오면 '와, 저걸 우리가 만들었어'라는 기쁨이 느껴진다. 일 자체가 매력적이고 퀄리티(Quality)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정씨는 "처음엔 '여자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열심히 실력을 보여주면 태도가 달라진다. '이쁘다'는 말 대신 '멋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했다.
반복 작업에 '골병' 들고 '남성 표준' 보호구에 생명 위협
현장 시스템은 이들의 자부심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조사 결과, 무거운 자재 이동과 반복 동작으로 근골격계 질환과 하지정맥류를 앓는 경우가 많았다.
고온·저온 및 독성 물질로 인해 피부염과 호흡기계 질환이 발생했다. 전 직군에 걸쳐 소음성 난청도 흔했다. 사고를 목격하며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도 심각했다.
보호구도 여성 몸에 맞지 않았다. 철근공 재은(가명)씨는 "남성 위주 벨트라 여성에겐 너무 크다. 안 맞아도 그냥 묶고 일하는데, 그러다 철사에 벨트가 걸려 뒤로 넘어지는 사람도 있다"고 증언했다. 개별 신청한 안전화조차 여성용은 지급이 늦어져 안전 공백이 생겼다.
노동 가치를 폄하 당하는 경험도 일상적이다. 안전 감시원 미혜(가명)씨는 "남성들이 '너 하는 거 없잖아'라고 말하지만 우리 일은 안전고리 체결을 확인하고 잔불을 잡아 화재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수(가명)씨 역시 "탱크 안 물질의 끓는점까지 다 알고 대응해야 하는데, '그냥 서서 돈 받고 좋겠네, 이모'라며 숙련도를 비하한다"고 토로했다.
화장실 못 가 탈진하는 악순환…"눈치 보는 구조 이해해야"
김영정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화장실 문제를 여성의 '노동권' 압박 기제로 규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화장실이 멀어 갔다 오는 데 20분이 걸리면 정해진 물량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유일한 여성인 경우가 많다 보니, 화장실에 자주 가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평가를 받을까 봐 눈치를 보게 된다는 분석이다.
화장실 설치는 늘었으나 관리 부실로 사용이 저조한 점도 문제다. 일용직 신분에서 '다른 여성에게도 나쁜 시선이 갈 수 있다'는 부담감은 물 마시기를 참게 만든다. 이는 폭염 시기 탈진과 열성 질환으로 이어졌다.
대중교통이 없는 새벽 시간, 주차 공간을 점유하려 새벽 4시에 출근해 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열악한 수면 환경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됐다.
성희롱에 현장 떠나는 여성 청년들…"기술 전수 대가로 성적 요구도"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공동소장은 현장에 만연한 성 관련 언행이 여성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젊은 층도 현장에 유입되지만 성희롱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업무 기술 전수 대가가 성적 관련 요구와 연계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임신 중인 한 30대 전직 건설 노동자는 "여성이 희생하지 않으면 일자리 연결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목줄을 쥐고 있어 성희롱 같은 문제를 바깥으로 꺼내 말을 못한다"며 "건설 이수증 교육 4시간 중 1시간은 반드시 성인지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노조 내에서도 이런 문화는 사망 사고 등 '중요 이슈'에 밀려 무시되기 일쑤라는 비판이 나왔다.
건설산업연맹 부위원장인 여성 활동가는 "업체들은 사망 사고를 줄이는 일 외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답변만 반복한다"며 "90% 이상이 남성인 조직에서 여성 이슈는 늘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30년 동안 화장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현장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망만큼 중요한 생존권 이슈…젠더 관점 대책 마련해야"
정진주 소장은 "자동차, 조선업 등 남성 중심 업종에서 소수 여성이 겪는 문제는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 현장의 사망 사건이 중요하지만 죽음 외의 이슈가 결국 사망과 연계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상의 위험들이 쌓여 결국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진다는 경고다.
연구팀은 개선 과제로 △성별 차이를 반영한 위험성 평가 도입 △산업재해의 성별 분리 통계 생산 △관리자 대상 성인지 감수성 교육 △개인별 직업력·건강 이력 관리 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참여자들은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연구 보고서 전문은 사회건강연구소 홈페이지(http://www.ishealth.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정순 기자 salri9@womennews.co.kr
*출처: 여성신문 [단독] 건설 현장, 위험한 여성 노동자들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43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