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티재 출판사 소개를 하겠습니다. 출판사는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쓰는 것을 책으로 엮어서 내는 역할을 합니다. 글쓴이만의 글이 아닙니다. 이 책을 디자인할 때 표지 모델은 하나의 상징으로서 사발면과 삼각김밥을 사용했습니다. 20대 청년의 밥상일 수도 있고 시간과 돈에 쫓기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농촌사회학을 한다는 것은, 운동화를 신고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어쩌다 적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치킨’을 소재로 동화책을 썼는데, 제목은 <그렇게 치킨이 된다>이고 우리가 자주 시켜 먹는 치킨 한 마리에 담긴 ‘사람’들의 삶을 담았습니다. 치킨 매출 1위인 BBQ 치킨이 표지입니다. IMF 때 점포 수가 늘어났다고 하는데, 돈을 좀 벌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바닥 노동을 하기에, 존중받는 직업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인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를 썼습니다. 파견받아서 2년 동안 썼습니다. 사람들은 백남기 농민 하면 물대포까지는 기억하는데 ‘왜?’라는 질문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 당시 백남기 농민의 주장은 쌀값 원가 300원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230~250원 사이였던 쌀값을요.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농민들이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긴 한 것 같습니다.
‘아름답다’라는 것의 값어치는 얼마일까요? 최종 산물인 쌀에 대해서는 말이 많은데, 이 풍경(쌀을 생산해내는 농촌의 풍경)에 대해서 값어치를 논하지는 않거든요. 이 아름다움에 대해서 어떤 값어치를 매겨볼 수 있을까를 논해보고자 합니다. 한 사회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는데, 그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정은정 선생님은 여성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대학생 때 엄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사회학이라는 학문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에서 여성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중질곡 입니다. 농민이라는 사회적 위치가 취약한 집단에 속하면서 여성이기까지 한 것이죠. 정은정 선생님이 농촌을 전공한 이유는 가족들, 주변에서 다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이것을 사회학적 글쓰기로 표현을 한 것입니다.
책 후기에 남양주 지옥분식을 썼는데, 김밥천국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의 삶이 과연 어떨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식사를 갖추기 어려운 이들이 고립된 식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역량이다.’라는 문장을 핵심으로 먹이는 일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농촌지역에서는 ‘같이 먹는다’라는 행위 자체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혼자 먹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때문이죠. 농촌지역의 여성들, 특히 5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서 영양결핍증이 많이 나타납니다. 초초고령화 상태인 지금의 상태는 평균 나이가 70세입니다. 끝까지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죠. 정은정 선생님은 선배 세대로부터 받은 게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기록으로 뭔가를 남겨야겠다고 말합니다. 현재 농촌에 필요한 것들은 최소한의 금융을 담당하는 우체국, 최소한의 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면사무소, 치안을 담당하는 파출소 등이 있는데 이것은 모두 기본권입니다. 거기에 초등학교 등이 있겠죠. 사람이 살아가려면 사회서비스를 받아야 합니다. 근데 왜 농촌에서는 특권처럼 취급을 받을까요? 농촌과 농민을 도구화하면 그렇게 됩니다. 농촌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기본권을 향유하며 살아가는 것이죠.
음식을 가지고 책을 쓴 이유는 먹거리의 생산부터 먹는 사람 모두를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영양이나 맛으로만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음식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입니다. (팽목항에 차려진 제사상 그림을 보며) 이것들은 시대의 음식입니다.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심장으로 먹습니다. 그럼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 하면, 음식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으면 됩니다.
마음만 급한 사회에서는 내가 편리해진 게 아니라 나의 편의를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됩니다. 플랫폼 사업 아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죠. 강연을 하러 갔을 때 인문학이 무엇인지 한 초등학생이 물었습니다. 정은정 선생님은 ‘뒷모습을 많이 보는 공부’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학교 조리사(학교 급식 노동자)와 한 번이라도 대면한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면 됩니다. 왜 안 할까요? 인문학은 그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모습을 대면하는 공부입니다. 함께 먹는 일은 함께 살아가는 일이지요.
책 제목인 <밥을 먹고 다니냐는 말>은 편집장님이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먹거리 공화국이었다고 하네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대사인 ‘밥은 먹고 나니냐?’라는 질문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밥을 먹으니 사람의 꼴을 갖추고 살기는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가 먹는 밥은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요? 식사행위를 통해서 정치가 됩니다. 인간은 유일하게 정치적인 동물입니다. 밥을 먹는자는 곧 사람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결국 질문에 답을 못하고 끝까지 침묵합니다. 이는 밥을 먹는자가 아니라, 즉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 끼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산부터 농업, 배달,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 이웃, 폐기물 처리하는 전체 과정을 모두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다 귀하고 존중을 받아야 하는데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회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