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보이지 않는 여성들' (2021년.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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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1-08-31 18:30 조회 1,86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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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독서모임 후기]
8월 26일 저녁,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의 ‘보이지 않는 여자들’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34분의 참가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김새롬 선생님께서 ‘남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의 데이터 편향 드러내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요. 책 내용 뿐 아니라 다양한 최근 데이터, 한국의 데이터를 추가하여 데이터 편향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연 내용을 공유해 드립니다.
인간의 표준은 남성, 백인, 70kg, 비장애인으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든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남성인 상태에서 지식체계가 쌓여 왔기 때문이죠. 일상적으로는 여자화장실이 없는 건설 현장, 남성 인체모형으로만 충돌 실험을 거친 자동차 등이 여성이 지워진 현실을 보여주죠. 남성 체형의 모형으로만 충돌 실험을 한 자동차 때문에, 여성은 사고 시 더 큰 부상을 당합니다.
노동 분야에서도 여성 임원 비율, 성별 임금격차 등의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안전장비가 너무 커서 머리에 맞지 않아 불편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무거운 환자, 노인을 들어올리면서 근골격계질환을 겪는 여성 돌봄노동자가 많지만, 산업재해는 남성들이 주로 대상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산재 판정을 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여성의 산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코로나 이후 여성의료진에게 마스크가 잘 맞지 않아 보호 역할을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이 사용하는 N95 마스크는 백인 남성에게 가장 잘 맞고, 여성에게 잘 안맞고, 아시아인에게 더욱 안맞습니다. 보건의료 쪽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주로 남성이지만, 실제 코로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인력의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she-cession’ 이라고도 부릅니다. The Economist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경제 위기에서는 남성들이 더 많이 실직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서는 여성이 더 많이 실직했습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은 고용률이 급격하게 낮아져 1년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요. 2021년 5월 한국은행 이슈노트는 코로나 이후 여성 취업자수가 감소하고, 특히 기혼 여성 취업자 수가 급감했음을 보여줍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연구 대상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여성의 건강 문제가 누락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임상단계에서 여성, 특히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의약품의 영향이 제대로 검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료 과정에서 여성의 증상, 고통은 ‘엄살’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성별에 따라 증상이 다를 때가 있는데, 남성의 증상만을 일반적인 증상으로 배워온 의사라면 의도치 않게 여성을 차별할 수 있습니다. 여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치료했을 때, 남성 의사가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성별 데이터를 모으고, 격차를 드러낸다고 해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까요?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출혈이 나타나는 문제가 보고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보고할 수 있는 통로가 없습니다. 부작용을 보고하는 시스템에 이러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죠. 여성이 발언을 하고 데이터를 만들더라도, 여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 데이터를 보고도 무시합니다. 데이터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별 편견과 고정관념, 젠더 권력, 보는 위치와 시야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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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강연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Q. 병원에 가기 전에도 젠더화된 사회적 영향 때문에 여성이 건강에 영향을 받았다는 자료가 있을까요?
A. 한국에서는 젠더 축을 가지고 보건의료적으로 분석한 게 많지 않은데요. 의료비의 차이가 있진 않은지를 살펴볼 수 있어요. 한국은 여성들이 건강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보건소 진료환자의 70%가 여성이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건강위원회를 하는데 남자 이장님들은 위원으로 수당을 받아가고, 여자 참여자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더라고요. 관리자 역할을 남성이 주로 하는 것의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어머님들은 밥 하고 떡 하고 치우는 역할을 하며 ‘노역’을 하시더라고요. 보건소에서 코로나 대응 때문에 다른 보건사업은 많이 줄였는데, 그 영향은 여성들이 많이 받았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Q. 전라남도의 자료를 봤더니, 남성들의 수명이 매우 짧더군요. 그 이유를 봤더니 여성들은 마을 내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고, 남성들은 경쟁하면서 살아가더라고요. 남성들은 일하는 것 외에는 좁은 집에서만 생활합니다. 그래서 남성들이 일찍 죽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전에는 강원도 남성의 수명이 가장 짧았는데, 강원도에서는 남성 노인들이 집 밖으로 나와서 함께 하는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꼴지가 아니죠.
A. 호주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많이 합니다. 경쟁에서 탈락한 남성들은 고립되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아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시민건강연구소에도 서울에서 혼자 살고 고립된 남성들에 대한 연구를 꽤 했어요. ‘남성성 규범’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혼자 사는 남성에게 도시락을 배달해드려도 혼자서는 챙겨먹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지내야 한다는 남성성 규범이 변해서 돌봄 중심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요즘 들어 걱정되는 것이 백신 문제입니다. 체중의 영향도 있고, RNA가 분해 단계에서 젊은 사람,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 훨씬 더 많은 면역 반응을 일으키잖아요. 젊은 사람은 노인에 비해 훨씬 많은 항체를 만들게 되는데, 면역 반응의 쇼크가 없을까 걱정이 됩니다.
A. 실제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의 90~95%가 젊은 여성에게서 발생했어요. 여성에게는 절반만 주사해도 효과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성별에 따른 용량 조절에 대한 연구가 되어있었다면 지금 적용을 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용량 차이를 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도 여성에게 훨씬 효과가 좋다고 하네요.
Q.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가 여성과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을까요? 치료비 지원 등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분석된 것이 있을까요?
A. 건강보험 제도에서 젠더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증질환 중심으로 급여가 커지면서,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낮추고, 애매한 증상으로 큰 병원을 가는 것을 줄이고 있습니다. 중증질환은 남성들이 젊은 나이에 더 많이 겪기 때문에 남성에게 우호적인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 통계 연보를 보면 한국 여성들의 의료비 지출이 많아요. 여성 노인들이 수명이 길며, 노인 시기에 의료비를 굉장히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중증 복합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급여의 총량으로 보면 여성이 더 많이 받습니다. 성차를 확인하려면 병원 도착 이전 단계, 비공식적인 경로(대체의학) 등도 확인해야 할 것 같고요. 제도에서 여성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자면 피임, 임신중지 등 성 건강 관련된 것들이 모두 비급여입니다. 한국에서는 출산과 관련이 없으면 지원이 없습니다.
Q. 한국에서 1세대 젠더 건강 연구자들은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소수의 연구자들이 인기 없는 분야를 연구하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젠더 건강 관련 연구자 집단이 어떻게 잘 유지될 수 있을까요?
A. ‘여성 건강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큰 생각보다는 ‘여성 건강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내가 살아남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남성위주의 집단에서 잘 살아남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 소규모 모임을 많이 하고, 나의 정신건강을 유지하면서 일하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전화해서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이상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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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을 마치고 참가자 분들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책 내용도 좋았지만 책에는 없는 한국사회의 자료들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성 참가자들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성들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경험적 지식이 없었던 터라 오늘 강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의 정보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