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외로움의 모양'(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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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1-24 18:23 조회 1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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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사회건강연구소 2024년 외로움에 관한 독서모임 두 차례 중 첫 번째로, 책 ‘외로움의 모양’의 저자를 모시고 진행하였습니다. 이현정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께서 현장에서 발표해 주셨고, zoom과 병행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진행하셨습니다. 사회는 사회건강연구소의 정진주 고문께서 사회를 봐주셨습니다.
이번 모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었는데요. 나만 외로운 것인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외로운지, 우리의 외로움은 어떤 모양인지를, '가족, 사회적 기준, 소수자성'을 포함한 다양한 빛깔과 모양으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은 12명의 사람들과 인터뷰하면서, 어떤 외로움의 모양과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옆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건네고 싶었는지를 엮어서 쓴 책입니다.
데이비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 책에 따르면,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오히려 더 외로움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더 자신을 잃기 쉽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없다는 불안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하루에 18시간 동안 20시간 동안에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된 피로감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과 쉽게 연결될 수 있고 또 항상 연결한 상태로 접속된 것 같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상황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외로움은 곧 노인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중년 남성, 20~30대 여성의 외로움도 많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관련된 세 가지 개념을 주로 떠올리시는데요. 로빈슨 크루소와 같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물리적으로 멀어져 혼자인 상태인 고립(isolation), 물리적인 고립 상태를 스스로 추구하는 은둔, 의지와 관계없이 혼자 있는 상태를 말하는 고독(solitude)이 있습니다. 반면 외로움(loneliness)은 존재 상태 자체이기보다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추는 개념입니다.
우울증, 자살,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해 연구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공통으로 외로움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참 많은 사람들이 다 다른 상황에서 외롭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십니다. 이 때문에 20대부터 60대까지의 12분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공통으로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세상에 혼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책의 목차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각각이 가지고 있는 다른 모양과 질감에 대한 외로움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외로운 이유는 소통할 수 없는 가족, ‘평균(정상인’이 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소외감과 괴로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서 오는 외로움, 장애인 딸을 키우면서 사회가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음에서 오는 외로움, ‘페르소나’에 갇혀 자신이 혼란스러워진, 어려운 가정 환경 등 외로움의 원인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후 이현정 작가는 다섯 가지 사례를 말씀해 주시면서 외로움을 풀어서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면담자는 어렸을 때 2~3개월 동안 바쁜 부모님과 자라며 함께 식사하지 못한 기간이 마음에 남았고, 어느 순간 거리감이 형성된 것이 회복되지 않고 지지받을 수 없어 항상 혼자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하십니다. 두 번째는 40대 초반 남성의 이야기인데, ‘키가 작은 남성’이자 대학교를 중퇴한 사람으로, 또 어렸을 적 가정환경이 풍요롭지 못한 것으로 인해 현재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계속 자신이 ‘평균’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계신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적극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이후 회식 자리에서 어떤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 고민이었고, 또한 가족인 오빠를 떠나보낸 후 1년 동안 참 많이 어려웠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네 번째는 20대 후반 남성이었는데,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주변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남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말을 해야겠다는 ‘페르소나’에 갇혀 살았다가, 그 이후에는 가식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이 혼란 속에서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괴롭다고 하십니다. 마지막은 40대 여성분에 대한 이야기인데, 직장에도 충실하고 남편의 무책임함 속에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책임감에 짓눌린 삶’ 속에서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리하자면, 외로움은 참 다양할 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신체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합니다. 과거의 외로움이 거의 고립을 말한 것이라면,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적 삶의 양식에서 현재의 의미들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이 감정 자체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산물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성 역할과 같은 문화적 규범과 규칙을 따르기를 요구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학력주의와 능력주의가 바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순적이고 과도한 요구 속에서 살면서 결핍과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고 합니다.
저자께서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외로움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는 것입니다. 진실한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충만한 경험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로움 자체가 우리 자신과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예술과 자연 등과 교감하며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바꾸는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약 한 시간의 강의 이후, 강의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외로움에 관해 얘기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참여자1 : 살아가면서 외로움의 모양이 변해왔던 것 같은데, 어렸을 때는 “왜 내가 꼭 말해야만 사람들이 알아줄까?”라는 생각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우리가 모두 키에르케고르의 ‘신 앞의 단독자’라는 어떤 구절을 읽고, 과거에 느꼈던 외로움이 누구나 가진 것이라는 생각에서 해결된 것 같습니다. 이후에 마주한 외로움들은 스스로 마음공부를 하면서 많이 해소했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주변 환경과 내가 느끼는 외로움의 모양이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여자2 : 학교에서 업무 추진을 할 때, 서로 카톡 등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답이 안 올 때 외롭다고 느낍니다. 문제가 있을 때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동안 가까이 지냈던 전공의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모두 현장을 떠났을때도 외로움을 느꼈고요.
참여자3 : 외로움이 타인에게 향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사 : 베트남전에 참여했었던 분들처럼, 본인들이 국가에 의해서 지원과 인정을 못 받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시고, 그 감정이 타인에 대한 미움이나 증오의 형태로 발산하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참여자4 : 아픈 청년들에 대해 인터뷰했을 때, ‘나답게’ 살고 싶다는 얘기들을 참여자들이 많이 했어요. 이와 외로움을 어떻게 연동하여 생각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어느 감정까지가 외로움이고, 어느 감정까지가 분노 화남의 감정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강사 : 우선 감정을 구분하는 것 보다는, 느끼는 사람들이 이를 얼마나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느끼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봤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사람들과 나름 화해하고 싶은데 이게 잘 안되는 상황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힘들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참여자5 : 친척 오빠의 죽음을 두 번 경험했는데, 소위 ‘성공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고독사를 한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두 건을 보면서 고독사가 정말 외롭고 힘들고 우울해서만 발생하는 것인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강사 : 우선 자살의 원인은 원래 여러 가지이지만, 공통으로 힘든 것을 나눌 수 있고 지지해줄 수 있는 관계가 없을 때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
참여자2 : 학생 중에서 아버지와 큰형의 자살 후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 친구들을 짝지어 그 학생과 같이 있도록 하여 위기를 잘 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추가로 ‘성공’ 여부보다는, 특히 중년에서는 아무도 연락이 안 되고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생각들이 밀려왔던 것 같습니다.
참여자 6 :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 대상자분들께서 시도한 방법과 그 효과가 궁금합니다.
강사 : 이들 중에 상당수는 심리상담을 받거나 병원을 찾아가 보신 분들이었는데, 잘 맞는 상담사를 만나기도 힘드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책 읽고 공부하고, 명상하고, 독서 모임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외로움이 반드시 치료되지는 않는다는 점이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대한 용기를 더 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여자1 : 옛날과 지금은 친구의 개념도 많은 것 같은데, 꼭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거나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어떤 매개체(악기, 책, 다른 취미생활 등)를 통해 잘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지 않고, 어떤 매개체가 나와 잘 맞는 것인지 고민하여 모임을 만들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여자3 : 외국에 유학 생활을 하다 한국에 들어와서 재사회화해야 하는 시기에 애인을 만나서 같이 살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서 따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밥을 먹었는지 물을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것들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참여자1 : 전반적으로 자기가 외롭다고 많이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외로움의 ‘comming out’이 필요하지요.
참여자7 : 영국의 외로움 장관이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참여자1 : 주무 장관은 아니고 겸직 장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사 :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건강 상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학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케어를 한다든지, 이런 것들 것 열어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맨체스터에서는 거동 불편하신 분들이 주변에 더 머물며 바깥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동네에 벤치를 많이 만들어 두었습니다. 약물과 심리상담 지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