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2020년.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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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6-24 18:58 조회 2,20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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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독서모임 후기
김명희 작가의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독서모임이 6월 19일 금요일에 열렸습니다. 이 책은 성편견, 성차별과 여성의 몸의 관계를 풀어낸 책입니다. 책의 목차가 독특했는데요. 뇌, 털, 눈, 피부, 목소리, 어깨, 유방, 심장, 비만, 자궁, 생리, 다리, 목숨 순서대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 김명희 선생님이 간단히 책 내용을 정리해 주시고, 그 후 참가자들이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눴습니다. 노브라 운동에 공감하지만 직장 때문에 중간 단계의 편한 브라를 한다는 이야기부터, 직업 때문에 목소리 톤을 낮춘 이야기, 겨드랑이 털 제모 이야기 등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주고받았습니다.
여성의 몸은 숭배의 대상이거나 혐오의 대상입니다. 긴 생머리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도 있고, 머리카락을 가리라고 하는 사회도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는 해변에서 히잡을 쓰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죠. 몇 년 전, 보건복지부 국가건강정보포털에 ‘아름다운 가슴의 모식도’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 뉴스가 되었습니다. 왜 국가가 가슴의 각도, 수치, 모양, 유두의 색깔까지 정해주며 아름다운 유방이 어떤 형태인지 설명하는 걸까요?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에 대해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은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 왜 숨겨야 할 일이 되었을까요?
애교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단어로, 귀여움과 미성숙함, 연약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목소리 높이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현대로 올수록 여성의 목소리 톤이 낮아짐을 밝혔고, 여성의 목소리가 여성의 지위와 연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신뢰도를 평가하게 했더니 목소리가 낮을수록 더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높은 목소리는 여성으로서 매력이지만, 리더로서 매력은 아닌 것이죠. 직장에서 지위가 낮은 여성이 애교를 생존기술로 사용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성인이 아이처럼 보이려는 것과 반대로 여자 어린이에게 어른처럼 화장을 시키고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죠. “10대도 20대 중반처럼 보이게 하고, 30대도 20대 중반처럼 보이게 하는 게 아닐까요?” 라는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의료 분야에서 남성이 기준인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심근경색의 경우 남성이 호소하는 증상과 여성이 호소하는 증상이 다른데, 남성의 증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성은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환자가 남성의사를 만나면 여성의사를 만났을 때보다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여성의 통증 호소는 엄살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안경을 쓴 여성 앵커가 화제가 된 사건, 화장이 필수인 서비스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털 없이 매끈한 이상적인 다리와 하지정맥류를 겪는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의 다리를 대비해 보았습니다. 일부 문화권에서의 여성 할례와 한국에서의 질 성형수술, 소음순 성형수술도 비교해 보았습니다. 여성이 털을 제모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여성이 이러한 시선을 내면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람의 선택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데요. 여성이 겨드랑이 털을 제모하는 것, 오랜 렌즈 착용으로 눈이 건조한데도 렌즈를 끼는 것이 ‘자발적인 선택’일까요? 내면화한 편견에서 비롯된 선택이 아닌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독서모임은 한채윤 작가의 ‘여자들의 섹스북’입니다. 더욱 재미있고 솔직한 대화가 기대됩니다. 다음 모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