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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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1-06-22 19:54 조회 1,62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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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 독서모임 후기]
사회건강연구소의 6월 독서모임이 6월 21일 월요일에 열렸습니다.
김현미 교수님의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읽고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신청 링크에 연구소의 회원 뿐 아니라 비회원의 신청이 밀려들어와 책의 인기를 실감했답니다. 직장인이 가장 피곤하다는 월요일 저녁인데도 총 40여명이 참가하여 2시간동안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향수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독서모임을 시작해주셨습니다. 김현미 교수님의 짧은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책을 쓰게 된 배경, 책에서 다루고 싶었던 문제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강연 후에는 무려 90분에 걸쳐 질의응답이 있었는데요. 다양한 질문에 대한 김현미 교수님의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질의응답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공유해 드립니다.
Q.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바뀌고 관계 맺는 방식도 바꾸었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고 말을 거는 협력이 더 어려워졌다. 코로나 시기에 여성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A.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는 다른 여성들과 밥을 먹고 대화하고 무언가를 공유했었나? 많은 여성들이 코로나 이전에도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신의 고민, 고통,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기고 입을 다물게 되었다. 페미니스트 공유지를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 우울한 개인이 “나 우울하다”고 먼저 손 내밀고 나와야만 다른 페미니스트와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면 관계 맺기가 쉬워진다. 민폐라는 생각에 내 문제를 숨기지 말고, 외주를 주지도 말고, 자신을 독립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고 상호 의존하여 각자의 취약성을 해결해야 한다.
Q. 시니어 페미니스트인데 빠르게 바뀌는 최근 이슈들은 잘 모르기도 하며, 젊은 페미니스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시니어 페미니스트끼리 모였을 때 나누는 솔직한 이야기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지탄을 받을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다가 혐오적인 시선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물어보기도, 말 걸기도 어렵다. 젊은 세대와 벽이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A. 젊은 페미니스트가 왜 말을 안할까? 페미니즘의 한 어젠다를 어느 한 집단이 독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산재 현장에서 활동한 나이 든 페미니스트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젊은 페미니스트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친밀성의 영역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친밀성이란 섹슈얼한 문제이며, 몸에 대한 문제이다. 젊은 페미니스트는 성적 보수주의를 가지고 있는 부모 뻘 여성들에게 자신의 섹슈얼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어떤 여성이 데이트앱에서 모르는 남성을 만나 술을 마시고 술김에 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관계가 원치 않은 거친 방식으로 흘러갔다면 이것은 성폭력이 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나이든 여성에게 할 수 있을까? 데이트앱을 왜 썼는지, 모르는 남자와 왜 술을 마셨는지, 어떻게 원나잇 스탠드를 할 수 있는지 등의 판단과 비난을 듣게 된다. 나이든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말할 것이다.
Q. '페미니스트=래디컬 페미니스트'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서 어떤 때는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미워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A. 인터넷 세상에는 극단적인 사람들이 밖으로 드러나기에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들은 왜 랟펨이 되었을까? 본인이 몸으로 겪은 문제를 당장 해결해주는 것이 래디컬 페미니즘의 이론밖에 없어서일수도 한다. 래디컬 페미니즘 덕분에 페미니즘 대중화가 이루어지긴 했다. 나도 난민 연구를 하면서 랟펨으로부터 공격받았다.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하는 운동은 커질 수 없다. 퀴어운동에서 본받을 점이 있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앨라이를 모으고, 앨라이가 늘어가면서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많은 인원이 모이는 축제가 되었다. 현재 페미니즘의 난제를 극복하려면 퀴어운동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Q. 2030 남성들을 보면 기성세대 남성들과는 달라진 것이 느껴진다. 가부장적이거나 성차별적이지 않고, 일상에서 평등하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여기지 않고, 페미니즘에 오히려 반감을 가지기도 한다. 이들은 페미니스트나 앨라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A. 페미니즘은 혼자 조용히 일기장에 쓰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운동이다. 페미니스트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개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사회제도를 바꿔나가는 운동가이다. 문제는 Toxic Masculinity(해로운 남성성)를 가진 남성들이다. 페미니스트를 색출하고 검열하고 불이익을 주는 남성들은 상식적이고 보통의 남성도 입을 닫게 만들어버린다. 이 유독한 남성성이 주도적이고 헤게모니가 되게 해주면 안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Toxic Masculinity가 일반적인 남성의 정서” 라고 주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이 득세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 협력적인, 상식적인 남성들도 많이 있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분담하겠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지만, 그 남성들도 이것이 페미니즘의 성과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Toxic Masculinity가 헤게모니가 되게 내버려두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2030 남성들은 자신의 아버지 같은 가부장이 되고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남성들은 협력의 가능성이 있다.
Q. 비혼을 결심한 여성이 많고,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편이다. 코로나 시국에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저출산이라는 글도 봤다. 저출산이 문제일까?
A.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많다. 일본과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초 저출산을 겪었는데, 이들은 저출산을 ‘현상’으로 부른다. 한국만 저출산을 ‘위기’라고 부르면서 그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다. 현재 ‘인구 위기’를 말하는 인구학자들은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노동력을 전제로 인구를 논한다. 나는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 기후위기 차원에서 전지구적인 측면에서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도 인구를 줄이는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게 한다. 제 3세계에서 인구를 줄이기 위해 여성에게 루프, 피임약, 시술, 수술 등을 권장한다. 남성에게는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콘돔 사용률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급격하게 줄어들고 질외사정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를 늘리는 역할도 여성이, 인구를 줄이는 역할도 여성이 한다.
Q. 경제 발전이라는 국가성장의 패러다임이 여전히 지배적인 현실에서 페미니즘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 돌봄에 관한 생각을 더 듣고 싶다.
A. 에코페미니스트는 여성이 자연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자연을 끊임없이 착취하여 자연이 회복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과, 가부장제가 여성의 돌봄노동과 감정노동을 착취하여 번아웃시키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적 영역에서의 돌봄도 여성의 역할이고, 공적 영역에서의 돌봄도 여성의 역할이다. 누구나 돌봄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돌봄은 여성이 모성적이라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의 생활공간을 관리하고, 정리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배워야 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징병제를 실시할 때, 대체복무제를 돌봄노동으로 하게 했다. 총을 들고 싸우는 방식이 싫다면 아동, 환자, 노인을 돌보는 의무를 지게 했다.
Q. 해로운 남성들 남성성이 과잉대표되고 있다. 백래시라고 보인다. 이준석처럼 공정,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얘기하니까 일반적인 젊은 남성들까지 포섭되는 분위기이다. 이 백래시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여성할당제를 반대하는 것이 ‘공정’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상상하는 남성은 매우 좁다. 가난하고 빈곤한 남성, 저학력 남성, 노인 남성이 없다. 50대 여성도 없고, 이주민 여성도 없고, 저학력 여성도 없다. 인구의 극히 일부만 상상하여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러한 주장이 세력을 얻을 것 같다. 능력주의의 세상에서는 항상 노력하고 항상 긍정적이고 항상 활기찬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언젠가는 이러한 능력주의에 지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 시기를 대비하여 페미니스트들은 젠더 정의와 공정을 고민하며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많은 분들이 소감을 남겨 주셨습니다. 몇 분의 소감만 가져와보았답니다.
“페미니즘은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말씀에 공감하고, 젠더정의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할 지점들을 잘 짚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또 생각의 변화만큼 행동으로 옮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사이다, 시원해요!!!”
7월 20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책에 대해 저자 김영옥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다음 독서모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