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독서모임 (2021.07)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1-07-22 19:39 조회 209회

본문

9b014c91ee92c44eda570ed70ef30afc_1626950287_1942.jpg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 독서모임 후기]

사회건강연구소의 2021년 세번째 독서모임이 7월 20일 화요일에 열렸습니다.
나이듦은 모든 연령이 겪는 일이죠.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무려 53명이나 ZOOM에 접속했습니다.

저자 김영옥 선생님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는데요. 강연 제목은 <늙는 게 뭐라고 : 나이 듦에 대한 경험들과 상상들>이었습니다. 강의 내용 중 좋았던 부분을 요약해서 전해드립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중장년은 중장년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나이듦을 경험한다. 그러나 유달리 나이듦은 특정 세대에게만 가시처럼 박힌다. ‘늙음’이라는 단어는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듦과 늙음은 동일한 현상을 말하는 단어이다. ‘상상’이라는 단어는 왜 썼는가. 나이듦은 내가 몸으로 겪는 것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재현되어 상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갱년기를 맞이하면서 수다스러워지는 몸을 경험한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되면서 나이들어 가는 것은 지도가 없는 길, 가보지 않은 길이다.

과거의 나의 자아는 나이들어 달라진 나의 몸을 인정하지 않고 환영하지 않는다. 동일성과 자아감은 다르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몸이 달라졌음에도 나는 여전히 나로 지속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약속을 지키는 나에 있다. 이런 사람이 되겠다, 이런 사회를 만들겠다 등 주변 사람들과의 연대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다.

나의 몸의 통증을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내가 느끼는 것처럼 전달하기가 어렵다. 나의 몸-자아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방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여성들이 달라지는 몸에 대해 이전부터 말을 해 왔다. 이러한 언어를 통역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페미니즘 밖에서는 안티에이징, 늙지 않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인생에서 노년 시기만큼 적응과 성장이 필수가 되는 시기가 또 있을까 싶다. 유년기, 소년기에는 주변의 지지가 많고 선택권도 많다. 노년되기의 과정은 주변의 지지가 없고, 선택의 폭도 좁다. 늙는 것은 상당히 방치되어 온 생애단계이다.

자신이 늙었음을 인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가고, 현명한 비관주의가 와야 한다. 잔혹한 낙관주의는 차별받고 혐오받는 주변부가 된 사람들이, 주류에 맞서지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주류가 될 것이라는 낙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문화가 그 낙관을 부추긴다. 반면에 노년에게 필요한 것은 현명한 비관주의이다. 젊은이처럼 하려 하지 말고, 늙음을 받아들이고 추락을 현명하게 경험하자.

변화하는 몸으로 변화하는 욕망에 마음을 써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욕망할 수 있다. 내 안의 (울고 있는) 아이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안의 할머니를 만나게 해야 한다. 타나토스는 죽음을 향한 충동, 잠들고 싶은 에너지이다. 에로스는 키우고 확장시키고 번성시키고 싶은 에너지이다. 나이들면 타나토스가 강력하게 침범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이면에 무언가를 형성하려는 에너지를 지켜낼 수 있다. 이 두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에로스 에너지의 영역은 사회활동을 하거나, 새롭게 무엇을 배우는 등의 활동이다. 삶은 춤이고, 삶의 이야기는 춤의 리듬이다.

‘안토니아스 라인’ 영화에는 자신을 유폐시키다시피 한 남성 철학자가 나온다. 그 철학자에게서 철학을 배우는 아주 어린 소녀가 있음. “왜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냄새가 나요?” “이것이 시간의 냄새다” 라고 설명한다.

9b014c91ee92c44eda570ed70ef30afc_1626950306_6095.jpg

--------------------------------------------------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질의응답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전해드립니다.

Q. 나이가 들수록 식당도 가본 곳만 가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A.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강제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이 왜 필요한지 설명을 잘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은 정신, 마음, 몸 모든 부분에서 자극이 있어야 활성화가 되는 유기체이다. 몸을 움직여줘야 뇌세포도 활성화되고, 몸을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 낯선 것에 대해 갖게 되는 두려움을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피하는 것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만큼 에너지가 없을 수도 있다. 적절하게 자극이 주어졌을 때 새로운 것을 조금씩 실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Q. 10년 전에 살사 댄스를 배웠는데 정말 즐거웠다. 요즘은 나이가 들어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없다. 60세 이후의 여성들이 춤을 출 모임을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A. 나도 SOMA에 빠져 있다. 이화여대 조기숙 선생님이 여성들에게 SOMA를 전파하고 있다. 일주일에 3시간씩 SOMA를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살사댄스처럼 춤을 추는 것도 굉장히 좋겠다. 같이 춤바람 모임을 만들어 보자.

Q. 책 제목이 ‘예순 이후 페미니즘’이다. 예순을 넘어 보니, 나이와 싸우는 데에도 지쳐서 페미니즘까지 가져가야 하나 싶다. 전투적으로 사회에 저항할 만큼 힘이 없다. 예순 이후에는 어떻게 페미니즘을 가져가야 할까?

A. 나이든 페미니스트들은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모델로 삼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되면 좋겠다. 내가 선배로 삼고 싶은 완벽한 단 한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람은 이런 면이 좋고, 저 사람은 저런 면이 좋으니 여러 사람에게서 장점을 찾으면 된다. 나의 바람직한 노년기에 어떤 것이 긍정적 영향을 주고 어떤 것이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젊은 페미니스트들과도 의제를 같이 나눌 수 있으면 된다. 젊은이들에게 아픈 몸에 대해 많이 말해주는 것도 좋다.

Q. 나이든 페미니스트는 젊은 페미니스트를 만나고 싶어하고, 젊은 페미니스트는 멋진 선배, 롤모델을 만나고 싶어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A. 사회건강연구소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 오시면 된다. (웃음) 교회나 성당 등 종교활동도 여러 세대 간의 만남의 장소가 된다. 나이든 여성에게 종교활동은 매우 적절한 사회활동 공간이 되기도 한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나이든 사람이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접촉이 줄어들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Q. 자기 돌봄, 서로 돌봄 경험이 없는 남성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A. 나는 남성들에게 젠더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남성들이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여자 사람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여성과 친구처럼 교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젠더 감성을 갖추면 모든 것을 잘 해 나갈 수 있다. 남성 노인들에게 이런 경험을 많이 드려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해야 한다.


독서모임을 마친 참가자들의 소감도 들어볼까요?

“풀리지 않는 피곤함,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통증, 시도때도 없이 오르는 열감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 좀 어렵더라고요. 괜히 분위기를 다운시키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되어서요. 오늘 강의 듣고서는 조금씩 이야기 해주어야겠어요. 아직 실감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늙어가면서 아플 수 있고, 체력적 한계가 당연한 일이라는걸.”
“선배님들이 세대간 페미 모임을 만들어 주세요~^^”
“수다스런 몸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책, 참 좋습니다^^ 흰머리 휘날리며 라는 제목부터 마음을 빼앗겼어요”
“춤바람, 관심있어요^^“
--------------------------------------------------
8월 26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보이지 않는 여자들”(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 독서모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음 모임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