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외로움의 습격'(2024.12.05) : 디지털 시대의 능력주의, 그리고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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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2-09 18:30 조회 3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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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목요일 밤, 정치철학자 김만권 선생님께서 ‘새로운 가난이 온다’와 ‘외로움의 습격’ 책을 확대 및 연결하여 사회건강연구소 외로움 시리즈 두 번째 세미나를 진행해주셨습니다.
국가의 어려움 속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관심있는 참가자분들 덕택에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어 민생을 챙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 전, 저자께서는 외로움을 살펴볼 때, 변해가는 사회 환경과 가치관에 집중했다고 하셨습니다.
디지털 중심의 사회는 근본적으로 여성배제적이며 노인배제적인 기술임을 말씀하셨는데, 공학 전공자들이 남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와 소득이 이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짚어 주셨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공고화되어, 혜택 받는 소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이러한 구조가 능력주의, 노력주의와 만나면서, 능력이 없는 사람은 곧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되고, 이들이 도움을 구할 때 무시하는 것이 반복되어 사회적 고립이 일어난다고 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고립이 중장년의 문제였다면, 디지털이 확산되며 청년에게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청년들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춰, 서울시에서 2022년에 진행한 은둔청년에 대한 조사를 언급하셨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은 지 최소 6개월이 된 경우를 ‘은둔청년’으로 분류해 조사하였습니다. 응답자의 64.6%는 성인이 된 이후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하지 못했고, 60.7%는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저자는 이를 취업난이 고립이나 은둔을 택한 주원인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응답자의 55.7%가 고립과 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하고, 이를 위해 시도한 비율도 43%나 됩니다. 18.5%는 정신건강 관련 약물을 먹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높은 수치이나 은둔 고립 청년이 집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소보고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자 또는 은둔고립청년 활동가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이들은 정신건강 상담을 받고 싶지만 소액의 자기부담금도 지불하기가 어려워, 무료로 정신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였습니다.
이들을 살펴보며 저자는 외로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
정치철학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호소할 데가 없으며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타인이 없는 단절성을 외로움 (loneliness)로 정의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외롭다(lonely)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였는데, 17세기까지 잘 쓰지 않던 말이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급격히 퍼졌습니다. 산업화에 잇따라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외로움이 본격화가 되었고, 이후 유럽에서 외로움이 집단적인 문제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책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구 성장과 대규모의 실업 위기가 초래되며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고(uprooted) 불필요한(superfluous)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에 휩싸였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버려진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느끼는 사람들이 당시 유럽에 많았고, 아렌트는 이렇게 동시에 외로워진 대규모의 집단을 ‘대중(mass)’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아의 정체성은 믿을 수 있고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동료들에 의해서 확인되기 때문에, 자아의 상실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외로움 속에서 자아를 잃어버린 이들은 자기중심적 슬픔(self-centered bitterness)에 빠지기 쉽습니다. 또한 이들은 공통의 이익을 생각하기 힘들고,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데, 타인에게 도움을 받지 못한 경험 속에서 이를 느끼게 됩니다. 정치학에서는 신뢰를 곧 사회 자본(social capital)으로 보는데, 청년들이 이런 경험, 사회적 자본의 상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외로움의 원인으로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만드는 격차에 주목하였습니다. 20세기 초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의 보유 격차가 커지며, 이언 듀베커, 로벗 고든은 기술기반 지식변화의 혜택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이것이 소득격차로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1. 빠른 발전 속도 때문에, 디지털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갈수록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데, 이 속에서 빠른 속도를 따라잡는 이들의 수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이 속에서 소수만 보상을 얻게 됩니다.
2. 네트워크 효과 속에서, 디지털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현재 전 세계 검색 엔진의 92%를 google이 차지하고 있는 지구적 독점 상태입니다. 이러한 독점적 네트워크 효과 속에서 디지털 양극화는 더욱 심해집니다.
3. 중숙련 일자리를 대체하여, 디지털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OECD 회원국의 중숙련 일자리의 5.3%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산업에서 고숙련 일자리는 더욱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청소, 배달, 심부름 등과 같은 숙련이 필요 없는 일자리가 많습니다.
4.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 격차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핵심 알고리즘은 딥러닝으로, 많은 데이터를 넣었을 때 답변을 들려주는 확률론적 접근법이다. 때문에 답변에 오답(pollucination)이 많아,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초고숙련 전문가’이다. 분배에 차원에서 이를 바라본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부가 쏠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와 더불어 능력주의도 청년을 외롭게 만듭니다.
1. 격차를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한국의 능력주의 사회에서, 20대 청년 중 일부만 월 300만원 이상의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다. 학부 졸업생의 전공계열로 살펴보면 의약과 공학 계열을 제외하면 평균 초임 연봉은 3000만원 이하이다. 이렇듯 기회의 양극화 현상 속에서, ‘무임승차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자행된다.
2. 능력주의 속에서, 밀려난 이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1958년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메리토크라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지능(IQ)와 노력(Effort)가 합쳐 능력(Merit)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 노력은 기본값으로 작용하며, 성공의 여부는 ‘지능(재능)’이 좌우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성공한 이들은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재능이 아닌 노력에 의해서라고 말한다. 이 속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들은 ‘노력하지 않은 자’가 된다.
이처럼 능력주의가 노력주의가 될 때, 성공한 자들은 노력이 자신의 성공의 자양분이라고 말하며, 도덕적 우월성을 주장한다. 밀려난 이들을 무시하며, 이들은 게으른 자가 되고, 사회는 도움이 부재한 곳이 되기 쉽다.
이러한 세상에서 청년들은 더욱 외롭고, 더욱 울분에 차있다. 이는 소득이 낮은 청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결과적으로 청년 고독사와 자살의 비율도 아주 높게 나타난다.
저자는 외로운 청년들을 위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그 이유로 돌봄이 외롭고 고립된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행위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Q&A
참여자1 : 딸을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인가 받으면 반드시 되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 같다.
참여자2 : 현재 능력주의 담론이 팽배할 때 기성세대들이 “우리도 힘들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견해와 무관하게, 과거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이 궁금하다.
저자 : 통계를 보면, 1972년생까지가 임금의 상승기였고, 이후 세대는 보상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재테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였다. 지금은 시장 진입조차 힘들고, 노동소득만으로 집을 마련하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았으니,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된 세대이다. 자본소득 없이 노동소득으로만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재테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빚이 생기거나 파산까지 하는 일이 잦습니다. 또한 모두 다 가난했던 옛 세대와는 달리, 최근에는 상대불평등이 심하고, sns로 이를 계속 보게 됩니다. 이런 풍요의 시대에서 빈곤한 상태에 있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사회자 : 저자께서는 청년에 집중해서 말씀 하셨지만, 작년과 올해 중대 재해 여성 노동자들과 노인 의료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요. 강의 중에 ‘뿌리뽑힘’과 ‘쓸모없음’을 가난한 사람들이 감내하면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현상을 만드는 데 능력주의와 노력주의가 기여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말씀하셨던 대안 중 ‘경청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질문드리고 싶은 것은 중대재해에서 위험성 평가를 할 때, 노동자와 고용주가 함께 참여하여 건강한 일터를 만들자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을 때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궁급합니다.
강의자 : 모든 인간은 항상 의존하기 때문에,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청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분배의 제안을 할 때,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횟수로 주기별로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참여자2 : 최근 홈리스 중에서 젊은 여성이 늘어났는데, 이들이 부모와 같이 살면서 은둔을 하면 갈등을 겪습니다. 그래서 쿠팡에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피씨방, 찜질방을 전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안이 돌봄으로 수렴되는 것 같은데, 지역이나 주변에서 당장 어떻게 하면 좋을 지 궁금합니다. 은퇴자나 젊은이의 네트워킹하는 방법 같은 것 말입니다.
저자 : 일자리 지형도로 보면 여성들이 남성보다 훨씬 많이 이주합니다. 특히 지역에 여성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많이 올라옵니다. 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거비를 줄이고, 친구들을 만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에서도 2030대 여성에 초점을 많이 맞춰야 합니다.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못 다한 저자의 말 :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청년층의 동기부여를 위해서 기성세대가 뭔가를 같이 찾아야 하는데, 단일보다는 다양하지만 서로 적대하지 않는 동기부여를 도와줘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돌봄이 이를 포용한다고 생각하구요.
사회자 : 살만한 삶의 조건을 사유하게 하는 세미나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