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5. 영남일보. 참사보다 더 가슴아픈 건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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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3-10 13:59 조회 2,04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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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
집단학살·민주화운동 등 사회적 폭력 피해자의 외상
부메랑 돼 사회로 돌아와 잘못 시인, 치유의 출발
한국의 근·현대사에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많았다. 군위안부 피해, 한국전쟁 당시 집단 학살, 4·19와 5·18 등의 민주화운동,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의문사와 고문조작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사건, 사고는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와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이는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급증하고 있는 5·18 상이후유공자의 높은 자살률, 2009년 용산참사, 24명에 이르는 쌍용차 노동자 및 가족의 죽음 행렬, 온 국민을 집단적 슬픔에 옭아매고 있는 세월호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반성하지 못한 폭력의 역사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트라우마로 읽는 대한민국’(부제:한국전쟁에서 쌍용차까지)는 한국사회를 강타한 굵직한 사건사고를 되돌아보며 한국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이들 사건이 남긴 후유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의 현대화 과정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이슈와 그로 인해 피해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및 그 극복의 과정을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성공회대 대학원생을 주축으로 ‘폭력·기억·화해’라는 주제의 정기 학술 세미나가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 정신의학, 법학, NGO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현장에 기반을 가진 연구자의 참여로 진행됐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외상에 대한 보다 학문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의 결실로 탄생했다.
필자들에 따르면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폭력 및 인권침해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주체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에 나서는 적극적인 ‘행위자’였다. 반대로 때로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했던 집단적 망각작업의 ‘공모자’이기도 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복합적 외상 과정을 겪어야 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통제: 전쟁·국가폭력과 트라우마’를 주제로 하는 제1부에서는 한국전쟁과 국가폭력이 남긴 외상에 주안점을 뒀다. 필자들은 생존자들의 외상경험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개념적 예단이나 실증주의적 접근법에 기초한 고통의 수량화는 생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2차 가해로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소 새로운 방법론적인 모색을 하기도 했다.
2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비가시적이고 완화된 형태의 상징적·제도적·일상적 폭력이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와 사회적 타자를 양산하고 있음을 살펴보고 있어 이채롭다. 미군계 혼혈인, 미혼모와 해외입양인, 학교에서 추방당한 탈학교 아이들, 나아가 정리해고를 겪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례에서 사회적 낙인과 차별, 편견은 국가의 억압적인 이데올로기와 제도, 언론, 문화, 관습, 규범 등을 통해 관철되면서 끊임없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고립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저자들은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야기된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한 제안으로 부인구조의 청산을 내놓는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인구조를 예로 들어, 부인하는 사회에서 시인하는 사회로의 전환은 인권침해의 재발 방지 및 온전한 과거청산을 위해 중요한 과제임을 환기시킨다.
성공대회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동춘 교수를 중심으로 김명희, 강은숙, 최현정, 이재승, 정진주, 김원석, 김재민, 곽사진, 김보경 등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저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외상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이 책이 사회와 역사의 성찰을 더욱 정치하게 하고, 지금 목도하고 있는 사회적 고통을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한 집합적 노력에 작은 보탬이 된다면 더 이상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41115.01016081308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