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3. 여성신문 1339호.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장. 저출산 시대의 양육스트레스 낳기만 힘든가? 키우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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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3-10 14:20 조회 2,34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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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9세 여성 가사노동 시간, 남성의 8배
양육과 가사노동 겹쳐 스트레스 치솟아
개인화된 사회, 공동의 양육 관계망 형성 어려워져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 중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한 지가 이미 오래됐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총 66조5637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23명에서 2012년 1.297명으로 소폭 올랐다가 2013년에는 1.187명으로 다시 감소됐다.
저출산 정책이 과거와는 달리 일자리 증대, 소득수준 향상, 주거 제공, 일·가정 양립,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가정 내 가족 시간 확보 등으로 전환해야 저출산이 해결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정책 방향이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를 단숨에 바꿀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지만, 사실은 정치적 의지 부족이다. 기존의 저출산 대책 예산과 부유세, 법인세 증가 등으로 충분히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어난 아이들은 잘 양육되고 있는 것일까? 양육하는 환경은 어떠하며 양육하는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제 각 가정에 자녀가 1명 정도라 과거 여러 자녀를 키우는 것보다 양육 스트레스가 과거보다 감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녀 양육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아이들이 그냥 뛰어 놀던 시절에서 영양상태, 교육,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것을 사회에서 요구하게 됐다. 주류 사회가 원하는 것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가 이런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며 달성할 수도 없는 기준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간다.
특히 일을 하면서 양육의 책임을 맡고 있는 여성의 경우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20~49세)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20~49세)보다 약 8배가 많고 취업자만을 대상으로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의 차이를 보면 평일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의 약 6배에 달한다. 양육과 가사노동 형평성이 이뤄지기 힘든 가정에서 여성의 부담은 양육 스트레스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사회적으로 보육시설이나 연계망이 잘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양육 스트레스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아동패널을 분석한 최근 연구(서울시, 2012)에 따르면 육체직 종사자가 비육체직 종사자보다 더 많이, 또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양육 스트레스 점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여성부가 2007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여성 관리자의 77.5%가 친정부모와 시부모에게 어린 자녀를 맡기고 있었는데, ‘그림자’ 어머니인 친정, 시댁 양가의 어머니의 뒷받침이 있는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 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족은 ‘대리’ 양육을 맡길 것이다. 어떤 경우든 신체적 부담은 덜 수 있을지 모르나 양육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하는 여성만이 양육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직업 대신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선택한 여성은 취업한 어머니와는 다른 양육 기준과 스트레스 요인을 가질 수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가정의 주요 업무가 자녀 양육이 된 상황에서 본인의 인생 성공의 정도가 자녀 양육의 성공과도 맞물리는 상황이 된다.
잘 ‘보이지 않는’ 양육 미혼모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한국여성재단이 2014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양육 미혼모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지원이 매우 부족해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양육을 하고 있다. 양육 미혼모 중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50%, 그중 정규직은 15%이며, 고정적 수입이 없는 사람이 84%, 수입이 있어도 100만원 이하인 경우가 84%나 됐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신체적 건강 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상태도 다른 집단에 비해 매우 좋지 않았다. 당연히 아동의 건강 상태도 동일 연령대 아이보다 좋지 않아 긍정적 양육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지지를 마련해 주는 방안이 시급하다. 여기에 다문화가족도 언어, 경제 상황, 사회적 지지 측면에서 부족해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관계가 개인화·파편화돼 공동의 양육 관계망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엄마의 탄생』 『엄마도 때론 사표내고 싶다』 『엄마는 괴로워』라는 책에서 양육 스트레스가 잘 드러나고 있지만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다. 여성 개인에게 양육을 맡겨 양육 스트레스는 높아만 가므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 포괄적인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