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5.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깨끗하게 해주세요’ 어디까지 맞춰야하나? 가사서비스 직무 분석을 통한 ‘노동기준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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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8-03-10 14:04 조회 2,16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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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살림 해본 여자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거 아냐?’
많은 사람들이 가정관리사가 하는 일은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정관리사들은 보통 기업체나 협회 등에 소속되어서 일을 한다. 한 집을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서 4시간의 노동을 하고 4만~4만5천 원 정도를 받는다. 하루에 한 집만 해서는 돈을 많이 못 벌기 때문에 오전, 오후 각각 다른 집에 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해왔던 일이기에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가정관리사들은 “일터가 전쟁터 같다”고 말한다. 4시간 동안 집안 대청소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오전에 한 집, 오후에 한 집을 한다면 하루에 두 번 대청소를 하는 셈이니 결코 쉬운 노동이 아니다.
4시간 동안 방, 거실, 화장실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주방 정리하고, 쓰레기 버리기 등을 다 하려면 쉴 틈 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일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4시간이지만, 일을 하다 말고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초과 노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더 많은 일 해달라는 압박…근무 기준이 없어
최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가정관리사협회는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11월 27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가사서비스 노동 기준을 세우자- 계약서를 씁시다!> 토론회 자리에서 이를 발표하였다.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는 두 단체가 함께 꾸린 기획팀이 가정관리사 5명이 일하는 현장을 참여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사서비스 노동의 직무를 분석해서 만든 것이다.
가정관리사들은 뚜렷한 기준 없이 현장에 나가서 고객의 요구에 각자 알아서 대처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고객들은 “흠 없이, 깨끗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깨끗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고객의 마음에 들어야만 이 일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관리사들은 고객의 기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쉬는 시간 한 번 없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일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반복되는 동작을 계속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는 비율도 높다. 또한 초과근무 수당을 받을 수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초과근무를 하게 된다고 한다.
나아가 가정관리사들은 고객에게 상냥하게 대할 것, 신뢰감 있게 행동할 것 등 기본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 태도까지 요구받고 있다.
심옥섭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인천지부장은 “고객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되도록 많은 일을 해주길 원한다. 가정관리사들의 체력과 할 수 있는 일의 양에 한계가 있음에도, 정해진 일의 양과 가짓수 등이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항상 더 많은 일을 해달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들의 지나친 요구에도 당당하게 내놓을 자료가 없어 항상 당하고 있다. 육체적인 피로감도 힘들지만, 정해진 업무 매뉴얼이 부실한 관계로 고객들과의 신경전도 일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70가지 세부 업무, 과중한 노동하고 있다
‘가사서비스 노동기준표’는 가사서비스 노동의 범주를 나누고 분류한 후, 각각의 업무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정리한 것이다.
기준표에 따르면 4시간 동안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4인 가족이 살고 있는 30평형대 집의 바닥 청소를 50분 내에 마쳐야 한다. 바닥 청소는 청소기로 청소, 걸레질, 현관 청소로 나뉘고, 이는 다시 각각의 세부 업무로 나뉜다.
문현아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은 “직무분석 결과 가정관리사들의 노동이 총 70가지 세부 업무로 나뉘는데, 4시간 내에 모두 완수를 하려면 한 가지 세부 업무를 3분 안에 끝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아 연구위원은 “4시간 안에 이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목표 자체가 무리”라면서, “이 기준표를 통해 그동안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기대 목표’를 중심으로 가정관리사의 노동이 이루어져왔고, 과중한 노동 부담이 계속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기준표가 만들어짐으로써 가정관리사는 고객의 일방적이거나 과도한 요구에 따라서가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표가 생겼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서비스 요금을 정산할 수 있다.
또한 기준표에 들어가 있지 않은 냉장소 청소, 반찬 만들기, 화분에 물주기 등의 업무에는 별도의 시간과 돈이 들어가며, 이에 대해 고객과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주먹구구식 기존 관행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정확한 업무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가사서비스도 이용약관, 이용계약서 쓰자
현재로선 고객이 정해 놓은 날짜를 갑자기 취소하거나 변경해도 가정관리사들은 그냥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수입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이날 토론회에서 기획팀은 가사서비스 ‘이용약관’과 ‘이용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할 때 이사서비스업체에 연락을 해서 서로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면서 계약을 맺는 경우를 떠올리면 된다.
기획팀이 제시한 이용약관에는 ‘서비스 신청은 3일 전에 해 주세요.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정규적으로 일하는 직업인입니다. 3일 전에 신청해 주셔야 가정관리사도 일정을 준비,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서비스 일정 변경은 3일 전에 해 주세요’,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도 서비스 시간에 포함됩니다’ 등의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
더불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가정관리사도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가정관리사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세요’ 등의 요구도 담고 있어, 노동자로서 가정관리사의 노동권을 보호하고자 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소장은 “이용계약서나 이용약관은 가정관리사가 직접 대면해서 요구하기 어려운 만큼, 가정관리사가 소속되어 있는 협회나 협동조합에서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러한 기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알선업체나 파견 기관을 대상으로 이용계약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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